n번의 오판

성착취물 유포 판결문 분석

“헤비업로더’ 전아무개씨는 2017년 웹카메라를 해킹해 얻어낸 불법촬영물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러나 그가 올린 불법촬영물을 수사기관은 ‘음란물’로 취급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음란물 유포죄 등으로 기소된 그는 2018년 6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년 뒤 그는 닉네임 ‘와치맨’으로 부활해 ‘n번방’ 통로가 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불법촬영물 유포자를 엄벌(징역 7년·벌금 5천만원 이하)하지만 사각지대가 있다. 정보통신망법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되는 사례들이다. 불법촬영물은 ‘음란물’로 취급되며, 가해자는 고작 징역 1년·벌금 1천만원 이하의 형을 받는다. 2017년 1월~2020년 7월 전국 법원의 정보통신망법 음란물 유포죄 1심 판결문 315건을 분석했다.

n번째 김본좌,
'음란물' 유포해
벌어들인 수익은

〈음란물 유포 혐의 유죄 판결 308건 대상〉

음란물 유포 횟수
(피고인 1인 기준, 불특정 4건 제외)
평균 범행 횟수
30,625
최대 범행 횟수
5,239,477
벌어들인 수익
(피고인 1인 기준, 수익 특정된 94건 대상)
평균 수익
16,630,489
최대 범행 수익
172,235,820

정보통신망법 음란물 유포죄는 성인영상물(AV) 유포에 적용되는 법이다. 이른바 ‘김본좌’들을 처벌해 사회의 건전한 성 풍속을 보호하는 게 목적이다. 판결문을 살펴보니 평균 형량은 낮았다. 피고인 절반이 벌금형을 선고받는데 평균 금액은 306만원에 그쳤다.

1심에서 어떤
선고 받았나

〈음란물 유포 혐의 315건 대상〉

무죄

5명 (1.6%)

선고유예

2명(0.6%)

벌금형

평균 벌금 306만원
159명(50.5%)

집행유예

평균 징역 6.4개월
집행유예 1년 7개월
131명(41.6%)

실형

평균 형량 8.6개월
16명(5.1%)

이들 모두 ‘김본좌’ 같은 잡범에 불과할까. 판결문 분석 결과, 피고인 6명 중 1명이 단순 성인영상물이 아닌 불법촬영물을 유포했지만, 성폭력처벌법이 아닌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됐다. 불법촬영물을 유포한 51건의 선고 결과를 살펴보니 벌금형(24건)이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19건), 실형(4건)이 그다음이었다. 적용 법조와 법정형이 같으니 통상적인 음란물 유포의 처벌 수준을 넘지 못했다.

'음란물'로 둔갑한
불법촬영물,
솜방망이 처벌?

〈불법촬영물로 추정되는 51건 대상〉

무죄

2명(3.9%)

선고유예

2명(3.9%)

벌금형

평균 벌금 321만원
24명(47.1%)

집행유예

평균 징역 6.8개월
집행유예 1년 7개월
19명(37.3%)

실형

평균 형량 8.6개월
4명(7.8%)

“불법촬영물인지 몰랐다. 음란물인 줄 알았다.” 가해자의 항변을 반박하는 게 쉽지 않다고, 영상 속 피해자를 찾아내는 게 쉽지 않다고 경찰은 말한다. 음란물 유포죄는 ‘고육지책’이라고 했다. 그러나 불법성이 명백한 화장실 불법촬영물마저 ‘음란물’로 취급한 사례 등이 발견됐다.

검찰·법원으로 넘어가도 오류는 교정되지 않는다. 검찰은 경찰에게서 넘겨받은 그대로 기소하고 판사는 제출된 증거가 죄의 구성 요건에 맞는지만 판단한다. 디지털성폭력 피해자가 원하는 건 불법촬영물의 복구 불가능한 삭제다. 하지만 불법촬영물의 몰수·폐기가 선고된 사례는 11%(6건)에 그쳤다.

'불법촬영물',
폐기는 됐을까

〈불법촬영물로 추정되는 51건 대상〉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들의
화장실 불법 촬영물과 그 시드파일을
인터넷에 업로드

“벌금 300만원에 처한다.
관련 전자 정보를 폐기한다.”

-2019. 5. 서울 남부지법

문화상품권 3만원을 받고 여성화장실 불법촬영물 23개 전송하는 등 30차례 범행

“벌금 300만원에 처한다.”

-2019. 2. 인천지법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이른바 몰카 영상은 한번 배포되면 영구 삭제가 불가능하다.”

성폭력처벌법 사건에서나 볼 법한 양형 이유가 적혀 있었지만, 그래 봤자 법정형은 징역 1년·벌금 1천만원이다. 그마저도 “‘음란물’을 수집해 배포했을 뿐 최초 유포자는 아니다” “그 내용이 노골적이지 않다”며 감형하기 일쑤다.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해자 얼굴이 가려졌다는 점, 감형 이유는 넘쳐난다. 사진을 보낸 피해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는 내용까지 있었다.

2020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과 성폭력처벌법의 법정형이 높아지고 양형기준도 정해졌다. 분노한 국민의 목소리가 이끄는 대로, 관련 법은 수정돼왔다. 그러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오늘도 불법촬영물은 ‘음란물’이라는 탈을 쓰고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어떤 이유로
형이 감경·가중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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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정신적 고통 (22건)

공소사실
"웹하드사이트에서 다운받아둔 피해자의 성관계 동영상을 재업로드"
양형이유
"...웹하드 포인트를 얻기 위해 피해자 의사에 반해 몰래 촬영된 불법촬영물을 업로드해 피해를 확대시켰다.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범행을 반성하고 있으며..."
선고

"벌금 100만원에 처한다"

-2017. 2. 대전지법

연대의 역사